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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욕은 면했다.

한국 대표팀의 1라운드 마지막 경기.

상대는 A조 최약체로 평가받았던 대만 대표팀이다. 한국과 나란히 2패를 당해 오늘 경기 결과에 따라 최하위팀이 가려지게 된다.


 한국은 어제 네델란드와 대만의 경기에서 네델란드팀의 승리로 1라운드 최종 탈락을 확정짓게 되었다.

따라서 오늘 경기는 A조 순위 싸움보다는 한국 야구의 마지막 자존심이 걸려있는 경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시당초 한국 대표팀은 A조 최강팀으로 분류됐던 네델란드는 제처두고, 조 2위로 2라운드 진출을 내심 기대했지만 모든것이 물거품이 되고야 말았다.




 그래서 오늘의 이 마지막 경기가 더욱 의미있는 경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 야구 치욕의 날이라는 역사를 남기게 될지, 아니면 A조 최하위를 면하면서 국민들이 고대했던 1승을 선사하게 될지 말이다.

하지만 1승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대만팀에게도 다음 대회 예선 강등이라는 수모에서 벗어나야 되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었다. 


 먼저 오늘의 라인업은 민병헌(좌익수)-이용규(중견수)-박석민(3루수)-이대호(1루수)-손아섭(우익수)-양의지(포수)-최형우(지명타자)-김하성(유격수)-서건창(2루수)으로 짜여졌다.

타격감이 좋은 민병헌 선수를 1번 타자로 돌리고 그동안 부진과 몸상태가 좋지 못한 김태균 선수 대신 박선민 선수가 그 자리에 들어왔다.

최형우 선수는 이번 대회 처음으로 하위 타선으로 선발 라인업에 포함이 됐으며, 선발 투수는 양현종 선수를 내세웠다..


 경기 초반 모처럼만에 타선이 폭발하며 2회까지 6점을 얻어 쉬운 승리가 예상됐다.

하지만 양현종 투수가 3이닝 3실점으로 내려가더니 다음 등판하는 투수마다 점수를 허용하며 오늘 경기 끝까지 알수 없는 상태를 만들고 만다.

양팀 다 점수가 많이 나오면서 타격전 양상으로 진행되더니 대만 투수들이 사구를 남발하며 한때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초반에 얻은 점수를 대만 대표팀이 야금야금 따라오더니 결국 9회까지 동점을 만들어 연장전으로 돌입한다.


▲ 9회말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오승환 선수


▲ 3점차면 껌이죠~ 10회 다시 등판한 끝판왕 오승환 선수


▲ 승리를 확정짓는 김태균 선수의 2점 홈런이 나올 때 덕아웃 모습


▲ 좀더 빨리 이런 장면이 나왔더라면...


 9회말 대만의 마지막 공격에서 바뀐 투수 이현승을 상대로 첫타자가 2루타를 치며 끝내기 찬스를 맞게 되는데...

순간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아, 오늘도 1승은 물건너 갔구나.'

하지만 우리에겐 '오승환' 이라는 특급 마무리가 있지 않나. 아니나 다를까 삼진,삼진,뜬공으로 위기를 막아낸다. 진심 멋있었다. 온 몸에 전율이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위기 뒤 찬스라고, 10회초 양의지 선수의 희생플라이와 대타 김태균 선수의 2점 홈런으로 3점을 뽑아 확실한 승기를 잡은 뒤 오승환 선수가 경기를 매조졌다.


▲ 드뎌 첫승 소감을~ 마음고생 하셨을 김인식 감독



 이렇게 우리 대표팀이 1승을 얻기까지는 멀고도 험난했다.

대량 득점으로 방심하다가 한순간에 동점이 되고, 어제는 1점도 얻기 힘들더니 오늘은 10점을 얻는, 이게 야구다.

이번 대회로 우리 대표팀에게 아니 우리나라 야구계에 많은 고민과 과제를 남겼을 것이다.

등 떠밀리듯 대표팀 감독 자리를 맡은 노 감독의 첫승 소감이 참 애절하게 들린다.

"이제 젊은 감독, 젊은 선수들이 해줘야 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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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격의 2연패 그리고 말과 말


 - 2017 WBC 1라운드 대한민국 vs 네델란드 경기 결과


 - 대한민국 vs 이스라엘 경기 후의 말과 말


 - 2017 WBC 1라운드 한국 VS 이스라엘 경기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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